2026년 지방선거, 메시아 말고 최악을 걸러내라

2026년 지방선거, 메시아 말고 최악을 걸러내라

후보 검증의 세 가지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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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웹진-기획전문디자인회사 대표 오동환

2026년 지방선거가 다가왔다. 어김없이 거리마다 현수막이 나부끼고, 후보들은 저마다 자신이 지역 발전을 이끌 적임자라고 목청을 높인다. 하지만 주권자인 유권자는 이러한 현란한 수사에 흔들리지 말고, 한없이 차갑고 냉정한 눈으로 선거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가 투표소로 향하는 이유는 나를 구원해 줄 완벽한 메시아를 찾기 위함이 아니다. 최악의 인물이 권좌에 올라 지역사회를 망가뜨리고 시민의 삶을 파괴하는 것을 막아내기 위한 ‘방어적 권리’의 행사다.

유권자 이동성, 지역 정치 혁신의 열쇠

집단적 의사결정 이론에서 유권자가 집권 세력이나 자신이 지지하던 정당에 실망했을 때, 지지를 철회하고 다른 정당 등 다른 대안으로 표를 옮기는 것을 ‘이동성(mobility)’이라 한다. 이 유권자 이동성은 지역 정치의 혁신과 퇴행을 가르는 결정적 잣대다.

유권자 이동성이 너무 낮으면 어떻게 될까? 특정 정당의 간판만 달면 당선되는 환경에서는 정당의 이념과 정책이 고착화된다. 정치인과 정당은 어차피 어떻게 하든 선거 결과는 정해져 있다고 믿기 때문에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살피지 않는다. 민심을 무시한 채 자신이 옳다고 믿는 대로만 제멋대로 행동하게 된다. 선거에서 심판받을 두려움이 없으니 치열한 정책 고민이나 혁신을 위한 노력은 사라지고, 정치업자들은 기득권에 안주하게 마련이다.

반면 유권자 이동성이 적당히 높으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유권자가 지역 현안과 정치인의 성과에 따라 냉정하게 표를 바꾸는 ‘스윙 보터(swing voter)’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때, 정당과 정치인들은 유권자를 두려워하게 된다. 조금이라도 다수 국민의 여론에 어긋나면 선거에서 완패할 수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깨닫기 때문이다. 결국 권력을 잃지 않기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고 시민의 삶을 개선할 정책을 개발하며 끊임없이 혁신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후보 검증의 구체적 기준들

그렇다면 유권자는 어떤 기준으로 후보를 평가하고 선택해야 하는가? 2026년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검증 지표들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사악하거나 무능한 자'가 아닌지 검증해야 한다. 20세기 자유주의 철학자 카를 포퍼는 이렇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무능하거나 위험한 지도자가 큰 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는가?" 선거는 훌륭한 사람을 골라내는 제도가 아니다. 때로는 사악하거나 무능한 인물도 표를 많이 받으면 권력을 차지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 후보가 완벽한가"가 아니라, "이 사람이 권력을 쥐었을 때 우리 삶을 망가뜨릴 최악의 인물은 아닌가"다.

둘째, '보안관 행동'을 하는 진정한 리더인지 확인해야 한다. 『침팬지 폴리틱스』의 저자 프란스 드 발은 진정한 우두머리란 공포로 군림하는 자가 아니라, 무리의 약자를 보살피고 갈등을 조정하는 '보안관' 역할을 자임하는 자라고 했다. 우리가 뽑아야 할 단체장이나 시ㆍ도의원, 이른바 '아모스형 일꾼'의 기준도 다르지 않다. 시민이 잠시 맡겨놓은 자리를 "완장"인 양 여기는 자는 곤란하다.

셋째, 명확한 ‘이념과 정책’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정치에서 이념이란 ‘사회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목표와 방법에 대한 생각의 체계’를 뜻한다. 이념이 없으면 정치도 없다. 목표도 방법론도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하면서 그저 낡은 이념을 배격한다고 주장하거나, 선거 당선 자체만을 목적으로 삼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영업에 불과하다. 후보가 우리 지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명확한 목표를 가졌는지, 그리고 그 목표에 다가서기 위해 유권자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 수단을 제출하고 있는지를 엄정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주권자의 매서운 심판이 혁신을 만든다

결론은 명확하다. 지역 정치가 혁신하기 위해서는 주권자인 시민 스스로가 ‘언제든 지지를 철회하고 표를 옮길 수 있다’는 매서운 경고를 투표로 증명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맹목적인 ‘콘크리트 지지’에 기대어 오만하게 굴지 못하도록 유권자 이동성을 높이는 것, 그것이 나태한 지역 정치를 혁신하고 주권자의 권리를 지키는 유일하고도 강력한 무기다.

유권자라고 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선택만 하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이념적 감정이나 희망 사항에 휩쓸려 어리석은 투표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절망할 필요는 없다. 존 스튜어트 밀이 『자유론』에서 갈파했듯, 인간에게는 스스로의 과오를 바로잡는 능력이 있다. 우리는 경험과 토론을 통해 잘못된 선택을 교정할 수 있다.

2026년 지방선거는 유권자가 스스로의 선택을 교정하고, 깨어 있는 시민의 집단지성으로 민주주의의 복원력을 증명할 무대다. 특정 정당의 깃발이 아니라, 누가 진정한 '보안관'인지를 차갑게 가려내는 일. 그것이 팍팍한 삶 속에서도 우리가 투표장으로 향해야 하는 유일하고도 명백한 이유다.

출마자들에게도 한마디 덧붙인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흘리는 땀과 간절함, 그 역동적인 에너지를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지금은 최선을 다해 자신의 정책을 유권자들에게 설명하고 지지를 호소하라. 그리고 부디 그 뜨거웠던 열정과 약속을 당선 후 임기가 끝나는 그날까지 묵묵히 지켜내기를 간절히 바란다.

시민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권력자가 아니라, 내 삶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성실한 '아모스형 일꾼'이다. 선거운동 기간의 그 간절함을 당선증의 무게만큼 오래도록 간직해 주기를 진심으로 당부한다.

관련기사 : 표(票)를 구걸하는 '고귀한 거지들'에게 보내는 응원···출마라는 결단이 감당하는 민주주의의 기회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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