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성과급은 보상이 아니라 기업의 비용 절감 장치다

[기고] 성과급은 보상이 아니라 기업의 비용 절감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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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태 /노동활동가·제8대 거제시의원

최근 기업들은 성과급을 ‘보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다. 그러나 제도의 실제 구조를 들여다보면, 성과급은 노동의 대가라기보다 기업이 인건비를 관리·절감하기 위해 설계한 장치에 가깝다.

같은 100만 원이라도 임금으로 받으면 통상임금에 포함돼 퇴직금과 각종 수당 산정에 누적된다. 반면 성과급은 세금과 4대 보험 공제를 거친 뒤 그 순간 소멸한다. 연장·야간·휴일수당이나 연차수당, 퇴직금 산정에도 반영되지 않거나 최소한으로만 반영된다. 노동자가 체감하는 실질 보상은 명목 금액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기업 입장에서 성과급은 매우 효율적인 제도다. 임금 인상은 고정비로 영구 부담되지만, 성과급은 경영 상황에 따라 언제든 줄이거나 중단할 수 있는 변동비다. 동일한 금액을 지급해도 파생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사회보험료 부담도 임금 인상보다 훨씬 적다. 성과급이 ‘보상’으로 불리지만, 재무 구조상으로는 철저히 비용 관리 수단인 이유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성과급은 기준과 평가 방식이 불투명하고, 노동자가 결정 과정에 개입하기 어렵다. 임금이 권리라면 성과급은 시혜에 가깝다. 이 구조는 노동자의 교섭력을 약화시키고, 기업이 보상 체계를 일방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만든다.

실제 기업 사례를 보면 차이는 분명하다.

SK하이닉스는 노사 합의를 통해 성과급 기준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로 명확히 정했다. 전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풀로 배분하고, 기존 상한선도 폐지했다. 실적이 좋아지면 성과급도 함께 커지는, 집단 성과 공유 구조다.

반면 삼성그룹 계열사는 EVA(경제적 부가가치) 기반의 OPI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EVA는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과 각종 비용을 차감한 뒤의 잔여 이익을 기준으로 삼는다. 계산식은 복잡하고 산정 과정은 공개되지 않는다. 지급률에도 상한이 있어, 영업이익이 커져도 실제 성과급은 제한된다. 여기에 TAI 등 추가 제도가 혼합되면서 구조는 더욱 불투명해진다.

이 차이는 단순한 제도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분배 철학의 차이다. 하이닉스는 성과를 집단 노동의 결과로 보고 일정 비율을 공유한다. 반면 삼성은 성과를 재해석·조정하는 방식을 통해 기업이 통제권을 유지한다.

세금 구조 역시 왜곡돼 있다. 기업은 성과급을 법인 비용으로 처리해 부담을 줄이고, 국가는 소득세와 사회보험료를 통해 세수를 확보한다. 결과적으로 기업과 국가는 이득을 보지만, 노동자만 실수령에서 손해를 본다. 성과급은 비용과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시스템이다.

무엇보다 성과는 개인이 아니라 집단 노동의 결과다.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무직과 현장직이 함께 만들어낸 성과를 일부에게만 집중 배분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비효율적이며 분배 정의에도 어긋난다. 생산 공정은 이미 하나의 체계로 통합돼 있는데, 분배만 위계적으로 나뉘어 있는 것은 구조적 모순이다.

따라서 성과급은 원청·하청 구분 없이 동일한 기준으로 분배돼야 한다. 같은 현장에서, 같은 공정으로, 같은 성과를 만들었다면 보상 역시 동일한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이는 특혜가 아니라 최소한의 공정이다.

원청·하청 동일 지급은 임금 평등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 생산 구조에 맞는 합리적 보상 체계의 문제다. 분배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성과급은 불평등을 확대하는 장치로 기능할 수밖에 없다.

성과급은 보상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그리고 지금의 시스템은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설계돼 있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성과급은 언제까지나 성과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기업의 비용 관리 수단으로 남을 것이다. TAI·OPI 성과급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논쟁거리’가 아니라, 반드시 손봐야 할 핵심 노동 정책 과제다.

 

거제뉴스와이드 (geojenewswid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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