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중앙경실련 중앙위원회 부산선언> 지방선거 공천권 개혁과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부산선언

지방자치는 지난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주민들이 직접 선출했던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로 본격 출범한 지 30년이 지났다. 지난 30년 동안의 노력으로 중앙집권 체제를 해소하고 지방자치의 제도적 정착 등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해 부활했던 지방자치제도가 여전히 많은 한계와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지방자치는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정부에 대폭 이양해 지역분권과 균형발전을 이루자는 것으로 가장 시급하고 핵심적인 과제는 단연 지방정부의 재정분권이다. 2025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평균 재정자립도는 48.6%이지만 자치단체별로 편차가 매우 크다. 서울시 재정자립도는 79.13%인 반면, 전북도는 27.01%로 그 차이는 무려 52%포인트나 된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제외하면 울산시(52.87%)만 유일하게 재정자립도가 50%가 넘는다. 재정자립도가 낮을수록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지방정부의 정책적 자율성과 독립성을 약화시키게 된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따져보면 그동안 지방자치는 철저하게 중앙정부의 재원에 종속됐다. 지방세 비율이 1995년 21.2%에서 2023년 24.6%로 높아졌으나 여전히 20%대 구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사무 비율은 36.5%로 지방세 비율과는 상당한 괴리를 보여 주고 있다. 일과 책임은 지역에 떠넘기고 필요한 재원은 중앙에서 틀어쥐고 있으면 지방자치는 고사하고 만다. 재정적 뒷받침 없는 지방자치는 허구다. 중앙정부가 곳간 열쇠를 쥐고 지방의 팔다리를 묶어두는 한, 진정한 민주주의의 꽃은 피어날 수 없다.
지방자치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기초의원들이 지역구 국회의원(지역위원장)에게 제공하는 고액의 후원금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공천 헌금 수수 의혹을 비롯해 거대 양당이 장악한 전국의 지방의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역위원장(국회의원)의 ‘공천권 사유화’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시급하다는 전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책임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도입된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가 오히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구조를 고착화시켰다. 사실상 국회의원(지역위원장)의 낙점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지역적 특성상, 기초의원들은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국회의원(지역위원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정당공천의 문제점은 명확하다. 지역 현안보다 중앙당의 입장이나 당론 우선, 특정계파 인맥 중심의 공천, 형식적 상향식 공천 시스템, 금권 공천, 공천 심사 기준과 공천 과정의 투명성 부족, 심사 결과 비공개 등이다. 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예속화’의 상징적 사례인 공천권 문제는 정당 민주주의를 좀먹는 구조적 부패이며 지방자치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있다. 오는 6월 3일 실시될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민주주의의 뿌리인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에 예속화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정치개혁의 발판이 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광역단체들 간 행정통합 이슈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대전충남, 광주전남, 대구경북 등 지역들은 행정통합 특별법을 발의하고 국회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행정통합 추진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많은 사항들이 간과되고 정치 일정에 따라 단체장과 정치권의 주도로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다. 주민에게 행정통합의 기대효과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하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주민들의 면밀한 검토를 거치고 민주적 숙의과정과 의견수렴을 통해 합의를 도출하는 것 또한 동전의 양면처럼 중요하다. 이러한 절차 없이 졸속으로 진행되는 행정통합은 민주적 정당성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고 후유증 또한 매우 심각할 가능성이 있다.
행정통합 특별법 역시 마찬가지다. 통합특별시엔 책임과 권한의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고, 타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도 안고 있다. 행정통합을 하지 않는 지역에 대한 배려는 어떻게 할 것인지도 잘 드러나 있지 않다. 국토균형발전, 지방주도성장을 목표로 하는 특별법이 오히려 지역차별, 지역불균형 성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무분별한 특례 조항으로 인한 예산 낭비 우려가 있고 지원효과의 검증시스템도 부재하다. 통합특별시단체장에게 과도한 권한이 부여되고, 중앙정부와 통합특별시 간 관계 또한 불분명하다. 그리고 하향식 추진 방식 역시 우려된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실현은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고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 과제이다. 이에 경실련을 비롯해 전국의 23개 지역경실련은 올해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중요한 해임을 인식하고, 대한민국이 지방분권 국가임을 천명하며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하나, 경실련은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한과 재정을 지방으로 실질적으로 이양하는 시민운동을 전개하여 지방분권 균형발전에 온 힘을 기울일 것이다. 재원 없는 지방자치는 허구에 불과하기에, 경실련은 2대 8의 종속적 재정 구조를 타파하고 30년간 정체된 지방세 비중을 40%까지 확대하여, 지방정부가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6:4 재정분권 시대의 근본적 변혁을 완수하는 데 나설 것이다. 또한 주민 중심의 풀뿌리 자치를 위한 주민자치회 활성화에도 힘을 쏟을 것이다. 지방분권 균형발전으로 모아진 역량을 지방분권 개헌으로 집중하여 대한민국이 실질적인 지방분권 국가임을 실현하는데 나설 것이다.
하나, 경실련은 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예속화’를 벗어나기 위한 공천개혁 운동을 펼칠 것이다. 밀실 공천이나 금권 공천이 아닌 인재 역량을 중시하는 공천, 당에 대한 충성도나 계파가 아닌 객관적인 지표에 의한 투명한 경선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거대 양당은 후원금 명단 공개 기준을 강화하고, 공천심사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시민 공천 제도를 확대하여 국회의원 1인의 영향력을 배제하는 구조적 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하나, 경실련은 행정통합이 지역갈등 조장, 국가재정원칙 훼손, 예산 효율성 저해와 무분별한 권한 이양 등이 아닌 형평성 있는 균형발전과 실질적 지방분권이 보장되는 대항해의 길로 나아갈 것을 촉구한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행정통합의 목적과 절차, 재정 지원 원칙과 근거, 국가 사무 배부 기준 등 행정통합의 기본 기준과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행정통합이 하향식 방식에서 벗어나 주민 주체로 민주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하나, 경실련은 지방분권 실현과 균형발전을 위한 경실련 지방분권운동본부를 구성해 전국적 차원의 지방분권 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지방분권운동본부는 재정분권, 공천과 선거제도 개혁, 원칙 있고 민주적인 행정통합, 국가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의 강화, 나아가 지방분권 개헌 등 과제를 안고 전국적 차원에서 지방분권 운동을 진행할 것이다.
2026년 3월 2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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